허생전 리뷰
허생전은 조선 정조 때 연암 박지원이 지은 고전 소설이자 한문 소설인데요.
조선시대 후기의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지적하는 풍자소설이기도 하지요.
옛날 남산 묵 적골에 허생이란 선비가 살았는데, 초가집에 비만 오면 물이 줄줄 새고 겨울이면 당연지사 찬바람이 숭숭 들어와 먹고살기도 힘든 살림인데, 눈 뜨면 책만 보았어요.
어느 날 한양 사람 변 씨라는 사람에게 찾아가 다짜고짜 돈 만 냥을 빌려 달라고 하는데, 거지 선비에게 변 씨는 선뜻 돈을 내주죠.
경기도 안성이 큰 시장임을 알고 허생이 돈 만 냥으로 대추, 밤, 감, 배, 귤, 유자 같은 과일을 죄다 사들였더니 나라 안에 과일이란 과일이 몽땅 바닥이 났겠죠?
돌잔치며 환갑잔치, 혼인식, 제사 때 쓰는 과일이 없어져서 과일 장수들은 허둥지둥 떼 지어 허생을 찾아가 자기네들이 팔았던 것보다 열 배나 되는 돈을 주고 과일을 다시 사갔죠.
십만 냥으로 칼이며 호미, 무명, 명주, 솜 따위를 모조리 사서 제주도로 건너갔죠.
제주도에는 말이 많기에 말총도 많았겠죠. 이 물건을 가지고 몽땅 말총 하고 바꿨죠.
조선시대에는 상투를 틀었는데, 상투를 틀려면 망건이 필요한데, 이 망건은 말총으로 만들거든요. 예상대로 말총을 팔아서 번 돈이 백만 냥이 되었어요.
그 무렵 서해안에 있는 변산 지방에 수천 명이나 되는 도둑 떼가 들끓고 있었는데, 고을마다 도둑 때문에 골치가 많이 아팠죠. 나라에서 병사들을 풀어 도둑을 잡으려 해 봤지만 쉽지 않았는데, 도둑들도 깊은 산속에 숨어 있자니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이었죠.
소문을 들은 허생은 혼자서 도둑 소굴로 들어가 대뜸 한다는 말이
“내일 바닷가에 나가 보게. 거기 붉은 기를 단 배가 보일 걸세.
배에 돈을 가득 실어 놓을 테니 갖고 싶은 대로 갖다 쓰게. “
도둑들에게 짊어질 수 있을 만큼 돈을 가져가라 했고, 대신 함께 살 여자와 소 한 마리씩을 구해 오라고 했지. 커다란 배 안에다 이천 명이 일 년 동아 먹을 양식을 가득 장만하고 도둑들과 함께 섬을 떠났으니 한날한시에 도둑들이 죄다 없어졌으니 나라 안이 조용해졌겠지?
섬에 닿자마자 허생은 사람들한테 집을 짓고 길을 내고 땅을 일구게 했어.
사람답게 제대로 한번 살아 보고 싶어 했던 도둑들이라 어찌나 열심히 일하는지, 몇 달 동안 일을 했더니 땅도 기름지고 날씨도 따뜻하고 농사가 풍년이라 삼 년 먹을 양식만 남기고 나머지 곡식은 멀리 일본에 있는 장기 도라는 섬에 팔기로 해지.
장기도는 마침 큰 흉년이라 곡식 값을 높이 쳐서 받을 수 있었는데, 자그마치 은 백만 냥이 되었지.
“너희들 모두 제 손으로 떳떳하게 일해서 풍족하게 먹고살게 되었으니 이제 나도 이 섬을 떠날 때가 되었구나. 너희들은 서로 싸우지 말고 정답게 살아라.
아이를 낳거든 오른손으로 숟가락을 쥐게 하고, 하루라도 먼저 태어난 사람에게 음식을 양보하도록 가르쳐야 한다. “
그런 다음 허생은 돈 때문에 골칫거리가 생긴다며 은 오십만 냥은 바닷물에 휙 던져 버리고 나머지 오십만 냥만 들고 나라 안으로 돌아온 후 가난한 사람들한테 돈을 나눠 줬어.
처음만 냥을 빌려 준 변 씨를 찾아가 남은 십만 냥을 다 주니 변 씨가 놀라며 빌려간 이자만 받겠다고 했지만, 자기를 장사꾼으로 아느냐고 화를 내며 집으로 가버렸대.
이후 허생과 아내는 세상의 때 묻기 싫어 함께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대.
책 리뷰
내가 만약 변 씨였다면 다짜고짜 처음 본 사람에게 돈 만 냥을 빌려 줬을까? 물론 나는 부자가 안돼 봐서 잘은 모르겠지만, 변 씨가 사람 보는 안목이 컸겠지 싶다.
조선시대의 생활과 경제의 단면을 볼 수 있었던 책이라 재미도 있었고, 그림도 생생하게 잘 표현되어서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듯싶다.
